분홍빛 아래 예쁘게 자라는 식물들
밤산책을 하다 우연히 분홍빛과 식물이 가득한 집을 보았다. 보통의 집안을 채우는 노란빛, 하얀빛과 달리 분홍빛으로 집안을 가득 채운 이 집은, 알고보니 식물등을 사용하는 집이었다. 식물등은 식물 생장을 위해 사용하는 인공빛이다.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장마가 길어질 때, 혹은 식물을 키우지 못하는 환경일 때 햇빛을 대신하여 사용한다. 식물애호가 사이에서는 식물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고, 개화를 유도하며, 초록빛 색감을 유지하기 좋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식물애호가들은 식물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마음으로, 식물이 시듦과 웃자람 없이 예쁘고 건강한 모습으로 생장하길 기대하며 식물등을 사용한다. 또한 곧은 수형을 위해 웃자라는 가지를 잘라내고, 사방팔방 퍼지는 줄기를 묶어두고, 시들거나 타들어간 이파리를 잘라낸다. 어디 하나 흠집 없이 매끈한 모양새로 가꾸어, 건강하게 자라라며 분홍빛 아래에서 자라게 한다.
식물은 이상적인 외모로 거듭나기 위해 가드너에게 끊임없이 관찰되고 관리받는 대상으로, 이 사회의 일원으로써 존재하는 나와 내 주변의 여성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여전히 소속된 집단과 사회의 눈치를 보고 우물거리며, 결국에는 사회적 통념과 고정관념의 거대서사를 꾸역꾸역 따르고 있는 모습은, 자유롭게 피고 지는 것을 택하지 못하고 식물등 아래에서 묵묵히 생장하는 식물과 닮아있었다.
나는 분홍빛 아래의 식물을 관찰하고 상상한다. 때로는 보란 듯이 열심히 줄기를 뻗고 뿌리를 내리는 모습을, 때로는 생장하기를 멈추고 맥없이 고개를 떨구는 모습을 그려낸다. 분홍빛을 둘러싼 식물을 하나 하나 그려내는 것은, 주어진 상황에 대치하거나, 합의하거나, 수긍하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기록이자 일지이다.
전체와 일부의 교차되는 풍경
작품은 대형작품과 소품을 나란히 병치하여 보여주고 있다. 100~120호 크기의 대형작품의 일부를 확대하고 (Close up) 잘라내어(Crop) 3~5호 크기의 소품으로 그리는데, 여기서 소품은 퍼즐조각처럼 대형작품을 이루는 작은 단위가 된다. 이 작은 풍경에서 뒤로 나와 시선을 멀리하여 바라보면 전체의 풍경이 되고, 전체의 풍경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작은 풍경이 된다. 두 개의 교차되는 시선을 발견하게끔, 대형작품과 소품을 함께 디스플레이 한다.
두 개의 시선을 오고가는 것은 명상의 원리에서 시작된다. 멈추고, 호흡하고, 바라보는 방법으로 한 걸음 물러서 관찰자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 기존의 시각으로 바라보던 풍경을 재해석하고 스스로 의미할 것들을 찾게 된다. 사회적 통념과 고정관념에 비롯된 차별의 기억으로 감정에 매몰되고 좁아진 시야는, 멈추어 관찰하는 것으로 점차 주변을 품은 전체의 풍경으로 서서히 넓혀간다. 관찰자의 시점으로 주어진 것들을 바라보며, 인지하고 수용하는 것들을 작업으로 기록하고 있다.
재료의 물성을 활용한 감추기와 드러내기
남들의 시선을 살펴 하고 싶은 말들을 걸러내어 조심스레 꺼내놓거나, 빙빙 돌려 이야기하는 나는, 그림에서도 추상의 언어를 빌려 각각의 조형요소에 은유하거나 비유한다. 때때로 명확하고 또렷하게 전하고 싶은 말들은 구상의 언어를 섞어 사용하는 것으로, 그림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오고간다.
장지에 아크릴물감을 사용하며, 그 위에 오일파스텔과 색연필을 얹거나 굳은 아크릴물감 딱지로 꼴라쥬를 하기도 한다. 종이는 밑작업과 레이어를 쌓는 것에 따라 물감이 스며드는 지점을 넘어서면 그때부터 물감층을 쌓이게 되는데, 화면에 흡수의 지점과 축적의 지점을 함께 드러내고 있다. 이는 마치 꾸역꾸역 삼켜왔던 한도를 넘어 내뱉어 내는 나의 모습과 닮아있다.
종이 안으로 흡수시켜 번지듯 표현하다 물감을 두껍게 얹고, 색연필로 꾹꾹 눌러 새기듯 그렸다가 오일파스텔로 지우듯 덮어 그리기도 한다. 그 위에는 굳은 아크릴 물감 딱지를 붙여간다. 그렸다가 덮기를 반복하며 레이어를 쌓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기까지 어물거리는 흔적이자 궤도이다. 그 끝에 완성되는 이미지를 만났을 때, 비로서 자신의 모습과 본질의 풍경을 발견한다.
멀리 봤다가 가까이 보기를 반복하고, 머뭇거리며 하나씩 골라낸 조형언어를 화면에 담아낸다. 때로는 또렷한 형상을 힘주어 그렸다가, 모호한 형상을 살그머니 그려낸다. 나의 삶에서 하나씩 더듬고 되짚던 것들을 삼킬지 뱉어낼지 고민하던 끝에 밖으로 꺼내놓게 되는 방식이며, 삶에서 주어진 것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이기도 하다.
Plants Growing Beautifully Under Pink Light
While taking a nighttime walk, I stumbled upon a house filled with pink light and plants. Unlike the usual yellow and white lights that fill households, this house was filled with pink light and it turned out that the house used plant lamps, which are artificial lights used for plant growth. When there is heavy fine dust or a long rainy season, or when the environment is not suitable for plant growth, plant lamps are used instead of sunlight. Plant enthusiasts use them to quickly grow plants, induce flowering, and maintain the green color, making them very popular.
Plant enthusiasts cherish and care for plants, hoping that they will grow beautifully and healthily without withering or wilting. They trim the branches to maintain a straight shape, tie up the stems that spread in all directions, and trim away withered or wilted leaves. They cultivate them to have a smooth and flawless shape, growing healthily under the pink 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