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끈하거나 홈패인 공간, 27.3x22cm, 종이에 혼합재료, 2021

****캐롤은 끝났는데요 그래도 괜찮다면, 27.3x22cm, 종이에 혼합재료, 2021
< SEE時 아트워크 작업을 하면서 >
매끈하거나 홈패인 공간 ****이 작품을 읽으며 제 머리 속에 그려졌던 이미지와 느낌은 아무래도 매끈/패인의 대비적인 시각과 촉감이었던 것 같아요. 매끈하거나 홈이 패인 것을 감각할 수 있는 기관은 이 두가지이잖아요. 그래서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꼼꼼하게 칠해서 매끈해진 화면 위에 송곳으로 긁어낸다던지, 색연필로 꾹 꾹 눌러 그려 종이에 자국을 만들며 그린다던지 하는 느낌에 집중하며 그려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려진 그림 곳곳에 노을처럼 물든 뺨을 표현도 해봤고요. 오래된 사전을 베고 잠든 젊은 뺨, 마룻바닥에 비치는 네 뺨, 이런 표현들에서 생기 넘치는 붉은 색들이 떠올랐어요. 화면 곳곳에는 또렷한 색감의 붉은 색(+붉은 색의 친구들) 물감덩어리와, 번져가는 선들을 그려봤답니다.
캐롤은 끝났는데요 그래도 괜찮다면 아기자기한 문장과 모양만 봐도 설레이는 단어들로 이룬 시로 감상했는데요. 저는 마지막 구절인 ‘서로를 선택했기 때문에 서로가 있는 방향으로 탈주할 수 있게 된 사람들’ 이라는 마무리 문장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어요. 저는 ‘서로를 선택했기 때문에’ ‘탈주’라는 것들에 어떤 서로를 향한 용기 같은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어떤 짙은 숲을 둘러싸고, 서로가 서로를 향하는 방향성, 움직임같은 것을 떠 올려보게 되었어요. 가운데에는 짙은 녹색의 숲덩어리를 그리고, 그 바깥에는 ‘서로가 있는 방향으로 탈주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을 표현해본 거지요. 시의 마침표인 ◆ 특수문자표도 인상 깊었어요. 제 작업의 마침표처럼 저 역시도 분홍의 ◆로 작업을 마무리 해봤습니다.